파란만장 웰컴 투 시네마

박찬욱과 그의 동생 박찬경. 스마트폰으로 이벤트처럼 찍은 것 같았던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단편부분에서 덜컥 최고상인 금곰상을 수상하고 말았다. 실제로 어느정도 위치에 오른 감독들은 작품만 나오면 많은 국제영화제들로부터 '거장으로써의 예우'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몇년간의 행보를 보면-특히 최근 베를린 영화제에서의 수상까지 더해서-  박찬욱도 이미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거장으로써의 예우"를 받는 위치에 올랐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파란만장>은 이승을 맴도는 영혼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종교적행위인 '굿'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단편영화다. 내용이라고 할 것은 특별히 없고 '굿'이라는 행위 자체가 결국 중요하다. 나는 실제로나 TV 혹은 영화 등 여러 매체에서 굿판을 벌이는 무당을 본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파란만장>에서 본 굿판은 굉장히 흥미롭다. 배우보다는 가수나 예능에서 자주 봐왔던 이정현의 연기변신이나, 어어부밴드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괴스러운 음악, 다큐스러운 화면은 다소 딱딱하고 민감할 수도 있는 종교적인 행위를 파격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만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박찬욱의 소품물 정도, 박찬욱의 동생의 등장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에게도 이색적인 이 모습이 굿판을 생전 처음볼 수도 있는 유럽의 그들에게는 얼마나 파격적이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금곰상 수상도 이해가 간다. 오히려 그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감독'들'은 노렸을 수도 있을 것이고.


박찬욱만의 영화라 해도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지만 <파란만장>은 박찬욱과 그의 동생 박찬경의 영화다. 미디어 작가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파란만장>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한것과, 최근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그리고 지금까지 간간히 해왔던 단편활동을 보면 박찬경도 어엿한 감독이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보면 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위기를 지녔다. 그'만'의 작품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기에 <파란만장>에 가미된 그의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만 우리나라에도 형제 감독이 존재하고, 그들이 나름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다는 것이 흥미롭기는 하다.


내가 결국 이 영화의 요소중 가장 주목한 점은 이 영화가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과연 스마트폰은 정말 어엿한 카메라로써 활용될 수 있는가. 단지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해외영화제에 갔고, 그 영화가 수상했다는 것만으로 스마트폰을 어엿한 카메라로써 인정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유명 감독이나 영화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스마트폰 단편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스마트폰은 이벤트성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파란만장>도 마찬가지인데, 카메라의 화질상의 문제인지 어쨋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평범한 극영화의 모습이 아닌 광고의 형태나, 뮤직 드라마, <파란만장>같이 화면에 온갖 효과를 주는 영화들이 대다수 였다.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카메라를 쓴 것이 아니라, 이 카메라로 영화를 찍기위해 이야기를 만든 것으로 보였다는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들이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위해 영화촬영을 부탁받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만, 아직 스마트폰이 어엿한 카메라의 역할을 한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어엿한 장비가 없는 가난한 영화인들에게 어떤 탈출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파란만장>이나 다른 스마트폰 영화들은 카메라만 스마트폰일 뿐. 그외 다른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장비기 동원된다.) 요즘엔 스마트폰도 공짜폰이 되고 있는 시대니까. 그리고 <파란만장>은 이런 새로운 도구의 탄생과 그 도구로써 이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것의 중명이기도 할 것이다.


글쎄, 어떤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정말 중요한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찍는 감독이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어디까지나 스마트폰 영화는 한순간의 붐에 불과하지 않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라도 나의 단편들이나 첫 데뷔작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싶지는 않다. 뭐, 이벤트적으로 찍어볼 수는 있지만 정말 중요한건 카메라 앵글을 통해 (물론 그것조차도 요즘엔 디지털이지만.. 뭐 어쨋든) 봐야된다는 어떤 철칙이나 예의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고지식한건지도 모르겠다.


덧글

  • Latos 2013/08/12 18:49 # 답글

    '굿'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괴스러운 음악, 다큐스러운 화면은 다소 딱딱하고 민감할 수도 있는 종교적인 행위를 파격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도 형제 감독이 존재하고, 그들이 나름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다는 것

    스마트폰은 이벤트성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인상적인 평 잘 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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