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웰컴 투 시네마

<범죄와의 전쟁>은 헐리우드 걸작 갱스터 무비들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다. 한 남자의 조직원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일대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대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 묘사가 웅장하다기 보단 코믹하고 추잡한 쪽에 가깝기에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에 훨씬 가깝다.

무엇보다 <범죄와의 전쟁>이 헐리우드 걸작 갱스터 무비를 떠오르게 하는 이유는 당대 한국사회의 시대성을 담아내며 장르적인 탄탄함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내 여타 갱스터무비들은 결코 이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이 현실을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의 고뇌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그칠 때(물론 그것 역시 이 장르의 중요한 시선중 하나이며, 좋은 국내 작품들도 많았다)<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와 전쟁이 판을 쳤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어두웠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며, 비로소 현재의 고뇌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들춰내고자 하는 것이다. 80년대는 그 어떤 국내 갱스터 무비도 가보지 못한 세계였지만 꼭 가야만 했던 세계였다. 처절하지만 희극적인, 비참하고 한심하지만 애잔한. 그 당시, 그 시대,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 원스어폰어타임 인 코레아. 이것은 헐리우드 걸작 갱스터무비들 해왔던 것이며, 그런 면에서 <범죄와의 전쟁>은 대한민국 갱스터 장르의 어떤 도약이라고 할만한 작품이다.


이런 것들은 집어치우더라도 <범죄와의 전쟁>은 강력한 마초적 감성이 흐르는, 그 분위기에 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다. 또한 조직들 간의 세력다툼, 인물과 인물간의 자존심싸움, 비리와 배신의 암투극들이 리듬있고 매력적으로 채워져 있다. 남성 관객들이라면 그쪽 세계의 인물들의 행동이며, 패션, 말투, 심지어 깐풍기를 먹는 모습에까지 환호할 것이다. 여성관객들도 하정우의 섹시함에는 환호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다양한 케릭터들은 '살아있고' 그 '살아있는' 케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내공도 어마어마하다. 한 일대기의 주인공 최익현을 연기한 최민식에게서는 로버트 드니로가 보인다. 그의 주름과 비열한 웃음에서 나도 모르게 로버트 드니로를 떠올렸다. 하정우는 마초적이며 섹시한 젊은 보스를 매력적으로 연기했고. 무엇보다 우리가 잘 알지못했던 김성균이나 곽도원 같은, 정말 그 시대 그 시간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나 김성균은 패션에서 말투까지 정말이지 건달, 그 자체였다.


<범죄와의 전쟁>은 장르적인 탄탄함도 지녔지만, 대중영화로서의 오락적인 매력까지 갖고 있는 웰메이드 영화라는 것이다. 윤종빈은 그간 남자들의 세계, 그 곳을 지독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그려왔다. (나를 포함한)어떤 이들은 환호했지만, 그 세계를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것을 뛰어넘어 깊이있고 냉철한 시선까지 지녔냐에 대해서는 분명 호불호가 갈렸다. 개인적으로는 <비스티 보이즈>도 좋아했지만, <범죄와의 전쟁>에서 그는 비로소 자신이 그려왔던 남성들의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며, 그 세계, 그 시대를 향한 자신만의 냉철하고 깊이있는 시선까지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앞서 말했듯 <범죄와의 전쟁>은 대한민국 갱스터 장르의 어떤 도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윤종빈 감독의 도약이라고도 할만하다. 능력있는 미완의 감독이 비로소 완성되는 그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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