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라이즈 웰컴 투 시네마

이 영화는 <다크나이트>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영화다. 슈퍼 히어로 무비가 얼마큼이나 철학적이고, 걸작이 될 수 있는 지를 몸소 보여준 <다크나이트>라는 21세기 걸작의 후속편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비극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영화는 <다크나이트>에게 졌다. 독하게 말하면 <다크나이트>와 비교될수록 이 영화의 단점은 처절하게 들어난다. <다크나이트>의 작품성과 극적 재미의 상당 부분은 조커에게 기인한다. 조커는 그토록 혼돈을 외쳐댔다. 영화는 결국 혼돈에 대처하는 히어로의 선택을 다뤄야만 했고, 그 선택은 묘하게 21세기를 살아가며 늘 선택을 해야만 했던 우리들의 그것과도 맞닿아 있었다. 이렇듯, 조커의 성격과 그가 추구했던 방향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고 하나의 시대상을 그려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랬기에 <다크나이트>는 걸작이 될 수 있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악역 베인이 조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결국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다크나이트>에 미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까? 글쎄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베인 역시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아니 오히려 고담을 혼돈에 빠트렸던 것은 베인이 한수 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커가 말 그대로 싸이코패스였다면 베인은 혁명가에 가까웠다. 물론 앞뒤가 꽉 막힌, 혁명가이자 선동가. 그렇지만 분명 누군가를 선동할만한 기세와 힘, 그리고 배짱을 갖고 있었다.

히어로물에서 악역이 갖는 의미는 크다. 악역의 행동범위에 따라, 히어로의 갈등범위도 설정되며, 무엇보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히어로의 갈등은 어떤 히어로무비보다 중요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선 <다크나이트>에서 만큼의 히어로의 갈등 범위가 설정되지 못했다. 배트맨은 조커에게 농락당하며 꾸준히 선택해야 했고, 그 선택이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그것을 감당해 내야만 했다. 베인 역시 배트맨을 시험에 들게 했지만, 대부분 물리적인 부분이었으며, 후반부엔 그의 존재와 선택의 의미들이 다소 맥빠지게 설정되었다. 배트맨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가 선택을 해야만 할 때가 되면 영화는 점점 이 시대의 그림자를 들어냈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의 그에게 선택의 폭은 좁았다. 늘 길은 하나였을 뿐이다. 다만 그가 강해져야만 그 길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치밀하지 못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형적이고 평이한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케릭터들을 전체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이끌어간다는 것은 가히 놀라우며 그 분위기는 가히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또한 배트맨은 비로소 이 영화에서 혼돈과, 고통이 오히려 진정한 영웅을 탄생시킨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혼돈에 빠져 있던 부르스 웨인에겐 자켓을 걸쳐주던 고든이 영웅이었던 것처럼. 영웅은 우리 곁에,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가까이에 있었다.

놀란의 마지막 배트맨 영화, 아쉬운 부분은 상대적인 것이다. 이 시리즈는 분명 클래식이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 뿐만 아니라 이 영화도 다른 히어로 장르는 해낼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거의 완벽한 엔딩이라 할만하다. <다크나이트>뿐만 아니라, <배트맨 비긴즈>까지 연관 지으며, 이 시리즈의 떡밥들을 모두 종결시키고 깔끔하게 결말을 맺었다. 놀란은 놀란이다. 걸작 대신 대작, 이 영화는 대작이다.                                                                                                                 


덧글

  • NoLife 2012/08/15 05:20 # 답글

    베인은 배트맨이 극복해야할 대상이었지만 애초에 조커는 배트맨이 이해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죠. 극중에서 고담시를 혼란에 몰아넣은 조커를 꺾은 것은 고담 시민들의 양심이었지 배트맨이 아니었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영화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조커와 투 페이스였고 배트맨은 그저 관찰자나 다름없는 역할이었습니다. 반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영화의 초점이 배트맨에게 맞춰지면서 영화의 시야 자체가 전작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난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히어로 무비로서는 성공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전작과 같은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었죠.
  • 토니 2012/08/15 15:35 #

    고담시를 지키는 것을 숙명이라 생각하는 배트맨 입장에선 조커 역시 극복해야할 대상이지 않았나 싶네요. 정말 조커를 꺾은 것은 고담 시민들의 양심이었지만 말이죠. 사상이 달랐고 임팩트가 달랐을 분이지, 베인이나 조커나 결국은 악역의 포지션에 있는, 배트맨이 꺽어야 했던 상대가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참 웃긴 것이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배트맨에게 초점이 맞춰질수록 영화적 재미가 감소되는 아이러니한 시리즈 같네요 :)
  • 잠본이 2012/08/15 12:25 # 답글

    애초에 닭나잇(...)이 워낙 넘사벽인데다 히스레저의 죽음으로 그걸 재현할 길도 없고 이미 할 얘기는 다해버린 터라 감독으로서도 그 영화와 정면승부를 벌일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신 비긴즈를 확장하여 거기서 나온 화두를 좀더 크게 마무리짓고 브루스 웨인을 은퇴시키는 훈훈한 결말로 가려는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한 셈인데 문제는 그러다보니 비긴즈에 대해서 느꼈던 불평이 이 영화에 대해서도 훨씬 큰 스케일로 느껴지더라는 거죠 T.T
  • 토니 2012/08/15 15:10 #

    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상대적이지 않나 싶어요. 분명히 훈훈한 결말을 가려는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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