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프로젝트 웰컴 투 시네마

<577 프로젝트>
이근우


2011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하정우는 시상자로 나와 본인이 2회 연속 수상한다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는 발언을 해버린다. 그리곤 곧바로 시상자에서 수상자가 되며, 국토대장정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왕 가는 김에 하정우는 공효진 및 동료 연예인들, 심지어 오디션까지 봐서 제대로 된 국토 대장정 팀을 꾸린다. <577프로젝트>는 그들이 걸었던 577km의 시간이 담긴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간혹 센스가 있다. 간혹 재밌을 때도 있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협찬 상품 광고 영상들이 발군이다. 광고 효과에다 웃음까지 더했다. 몰래카메라는 예상이 가긴 했지만 이 다큐멘터리에 갈등과 긴장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하정우를 비롯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이지훈은 이 영화의 발견이라고 할만하다. 다시 한 번 하정우는 매력있는 배우이며, 그 이전에 매력있는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중반부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이 영화의 존재의 이유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팀을 꾸리긴 했다만 개개인의 매력들을 보여줄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런 의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 개개인의 고민들이 간혹 보이긴 하지만 연속성을 주지 않으니, 감정을 이입할 여지나 여유가 없다. 초점이 너무 분산되다 보니 어느 하나에도 초점이 맞춰지지가 않는다.  그렇다 보니 557km의 시간 속의 애환이나 고통이 와닿지 않으며,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에 느껴지는 감동도 그 다지 없다. 배우들의 잘못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은 걷자고 해서 걸었을 뿐이다. 실재로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 갔을 것이다. 그것까진 좋다. 문제는 공감하지도, 감동하지도 못하는 관객들은 무엇을 얻어갈 수 있냐는 것이다.  

국토 대장정을 가는 것은 약속이었지만, 그것을 카메라에 담을려고 했다면 또다른 목적의식이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 활동적인 휴식을 통해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키겠다고? 그렇다면 그것을 우리가 봐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차라리 배우들의 애환과 고민에 조금더 초점을 맞추고 가까히 들어갔었으면 좋았을 지도 모른다. <577 프로젝트>는 끝내 이것이 영화로 만들어졌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봐야 할 이유를 제시 하지 못한다. 그저 카메라에 담는다고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목적의식이나 이유가 뚜렷하지 않으면, 영화는 관객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지 못한다. 차라리 <577 프로젝트>는 정확한 선택을 했었어야 했다. 예능이냐 순수다큐냐. 재미도, 의미도 애매할 뿐이다. 지금 이 자체로 <577 프로젝트>는 기록의 의미밖에 띄지 않는 가치 없는 영상물일 뿐이다.


덧글

  • 서주 2012/09/23 16:09 # 답글

    구구절절 공감해요. 흐흐. 저도 얼마 전에 보고 대강 써놨다가 올렸는데 토니님과 비슷하게 느꼈어요.
    전 이상하게 짜증이 나더라구요--;; 엄청 기대하고 본 것도 아닌데.. 그냥 대체 왜 이걸 찍어서 보라고 걸어둔거야 그런 생각만 자꾸. 그 미스춘향 출신이라던 아가씨가 초반엔 뭘 좀 할 것처럼 나오더니 슬쩍 묻히고.. 조명된 인물 수도 적으면서 얕아서 영 몰입이 어려웠어요. 말씀하신 이지훈의 발견은 좋았습니다.ㅎㅎ 노출증 고해성사 때 실컷 낄낄거렸어요ㅋㅋ 다른 작품에서 본다면 반가울 듯ㅎㅎ
  • 토니 2012/09/23 18:54 #

    이지훈 이작품을 통해 영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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