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웰컴 투 시네마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형식에서부터 표현력과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마치 제 3세계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 영화를 보는데 자막을 보고 있다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물론 대중적이라거나 오락적인 것 것과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담아내고 있는 화법이 누군가에겐 심각하게 따분할 수도 있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지슬>은 오히려 투박하며, 결코 대중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슬>에는 4.3 사건을 바라보는 제주도 감독 오멸만의 시선이 있다. 당시 제주도 주민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들의 생활 방식 자체가 태평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동굴 속에 들어가 지슬(감자)나 먹으며 가벼운 대화들을 나누고, 목숨이 날라가는 마당에 집에 키우는 돼지를 걱정하고 있다. 적으로 돌아선 마을 주민들을 걱정하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의미없는 대화들이 영화에선 가장 의미있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한국적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가축들과 함께 살았고, 독거노인에게 가축은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마을 단위로 생활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 사이의 우정도 끈끈했다. 땅바닥에 다 같이 둘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소한 얘기로 흥을 돋구며, 감자 하나도 나눠먹는 이 모습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일 것이다. 지슬은 가장 토속적이면서도 가장 따뜻한 정인 것이다. 오멸은 자신의 삶의 터전인 제주도의 어두운 과거를 재조명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족성 까지 재조명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슬>의 선댄스 영화제 대상 수상은 정말이지 납득이 간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임권택 감독에게 세계가 주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여진다. 세계화도 이제는 옛말이다. 그러나 온고지신은 영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느나라와도 차별되는 우리의 것들을 갖고 있다. <지슬>에는 제주도만의 공기가 분명 존재하는 영화지만, 그 정서만은 곧 우리 모두의 정서다. 하지만 선댄스 영화제가 단지 한국적인 것에 대상을 수여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멸 감독의 화법은 투박하지만 엄청난 뚝심이 있다. 자신의 화법과 형식에 대한 확신도 느껴진다. 게다가 어두운 과거를 재조명하려는 뜨거운 열정과 의지도 느껴진다. 자신의 삶의 터전 제주도를 웅장하고도 새롭게 카메라에 담아냈다. 제주도라는 아름답고도 훌륭한 우리의 자원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치밀하고 정교하다. 시종 새롭고 강렬하다. 훌륭한 작가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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