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범이다 웰컴 투 시네마

이렇게 직설적이면서 친절한 제목은 오랫만이다. <나는 액션배우다>로 장편 데뷔를 한, 본인도 액션스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의 첫번째 상업 장편 데뷔작 <내가 살인범이다>. <나는 액션배우다>에서 느꼈던 액션 배우들의 뜨거운 삶과, 감독의 재치에 감명 받아, 이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린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좋은 설정일 수도 있다. 공소시효가 끝난 시점에 과거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던 살인마가 베스트셀러가 된다니. 게다가 살인마는 미디어를 다룰 줄 안다. 언플도 서슴치 않으며 이미지 메이킹까지 완벽하다. 그에 맞서는 형사 최형구가 오히려 악역으로 느껴지는 판국이다. 어쩌면 여기서 미쳐 도는 대한민국 미디어에 대한 병폐도 날카롭게 다룰 수 있을 수도 있었을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살인범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액션스쿨 출신답게 액션에 대한 집착과 고집, 혹은 열정이 느껴진다. 그에 맞게 여타 한국영화 액션과 다르게 정말 신경 좀 쓴 느낌이 나기는 한다. 신선함도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액션의 판을 짰다기 보단, 작은 디테일에 있어서의 신선함일 것이다. 액션을 더 멋지거나, 웅장하게, 혹은 흡입력 있게 만들어주는 작은 디테일들. 뭐, 이런 것들도 액션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면 쉽게 나오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훌륭한 액션 시퀀스들이 영화를 빛나게 하지는 못한다.


중후반부 반전이 밝혀지면서부터 방향성을 잃은 시나리오는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전개로 가득 찬다. 또한 많은 케릭터들이 있음에도 그들이 제대로 다뤄지고 있지 못한다. 심지어 살인마 이두석까지. 미디어에 대한 병폐는 커녕, 미디어는 그저 살인마의 도구였을 뿐, 어떤 장면에선 정말이지 터무니없이 도구화된다. 결국은 어떤 감정 호소도 와닿지 않으며 오히려 허망하게만 느껴진다. 액션에 대한 욕심과 주제의식 발화는 곧 과유불급으로 하나된다. 엔딩에 가서는 기어코 피곤해진다.

글쎄, 어떤 유가족들에겐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욕망에 대한 대리성취일테니까. 물론 러닝타임 내내 쉬지 않고 달리는 속도감과 패기는 인정한다. 어쨌든 흥행작이 되었으니, 정병길 감독의 차기작은 보장됐을 지도 모를일. 차기작에선 거친 감정과 액션을 조금 더 잘 조율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


덧글

  • 몽몽이 2013/02/16 21:43 # 답글

    결론이 나온 다음에 나오는 액션은 신 자체는 좋은데도 김이 빠지더군요.
  • 토니 2013/02/16 22:35 #

    챠량추격 시퀀스는 괜찮은 시퀀스였음에도 김이 빠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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